연말만 되면 늘 똑같은 생각을 한다.
“세금 더 아끼는 방법 없나…”
한국에서 개인이 세금을 줄일 수 있는 가장 강력한 수단이 시장에 있는 투자 전략도 아니고, 뭘 새로 배워야 하는 기술도 아니다.
그냥 정부가 만들어놓은 제도 안에 숨어있다.
문제는 이걸 쓰려면 구조를 이해해야 하고, 규제가 많고, 조건도 복잡할 수 있다는 것이다.
바로 연금저축이랑 IRP(개인형 퇴직연금).
이 두 계좌만 제대로 이해하면 매년 118.8만~148.5만원을 거의 자동으로 돌려받는 구조를 만들 수 있다.
문제는 대부분 이 둘을 대충 들으면 비슷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는 점이다.
이 글에서는
- 연금저축 / IRP가 왜 중요한지
- 둘이 본질적으로 어떻게 다른지
- 2024 세법 개정으로 뭐가 바뀌었는지
- 실제로 얼마를 어디에 넣는 게 합리적인지
까지, 한 번에 정리해보려 한다.
1. 왜 연금저축 / IRP(개인형 퇴직연금)를 알아야 하는지
간단하다. 매년 세금 100만원 넘게 돌려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연금저축과 IRP는 ‘세액공제’ 를 통해 내가 이미 낸 세금을 다시 돌려받는 구조다.
예를 들어, 한 해에 두 계좌 합쳐 900만원을 납입했다고 해보자.
- 세액공제율 16.5% 구간이면 → 148.5만원 환급
- 세액공제율 13.2% 구간이면 → 118.8만원 환급
그냥 말로만 “절세가 된다”가 아니라, 돈 넣는 순간 납부할 세금이 줄어드는 구조다.
똑같이 투자하더라도, 연금계좌를 쓰느냐 안 쓰느냐에 따라 시작부터 수십만원 차이가 나는 셈이다.
그래서 연금저축·IRP는 한국인이 활용할 수 있는 가장 확실하고 구조적인 절세 도구다.

2. 둘 다 ‘연금계좌’ 지만, 애초에 목적이 다르다
헷갈리는 지점은 여기서부터다.
이름에 똑같이 ‘연금’이 들어가니까 같은 계좌처럼 느껴지지만 제도도입 배경이 완전히 다르다.
먼저 공통점부터 보면,
- 세액공제를 받을 수 있고
- 계좌 안에서 ETF·펀드를 매매해도 (매매차익, 분배금 등으로 인한) 과세가 이연되고
- 나중에 연금 형태로 받으면 연금소득세 3.3~5.5% (55세 이상 70세 미만이면 5.5%, 70세 이상 80세 미만이면 4.4%, 80세 이상이면 3.3%의 세율 적용) 로 출금되고
- 기본적으로 장기투자·노후자금을 위한 계좌라는 점은 같다.
하지만 목적이 갈리면서 성격이 완전히 달라진다.
연금저축 = ‘사적연금 계좌’
정부가 “국민연금만으론 부족하니까 각자 노후를 준비해라” 하면서 만든 계좌.
소득이 있으면 누구나 개설 가능하고, 투자상품 선택의 자유도가 높다.
연금저축은 말 그대로 내가 원하면 언제든 손댈 수 있는 돈이다.
깨면 페널티는 있지만, 필요하면 현금화가 가능하다.
IRP = ‘퇴직연금 계좌’
원래는 퇴직금을 넣어 두고 관리하는 용도로 만들어진 계좌다.
“퇴직금이라도 어떻게든 노후까지 남겨둬야 한다”는 취지라 규제가 훨씬 강하고, (특별 사유가 아니면) 중간에 빼 쓰기도 어려운 구조다.
이 목적의 차이 하나 때문에 유동성, 투자 가능 상품, 인출 조건 등 모든 게 달라진다.
3. 연금저축 vs IRP, 핵심 차이 4가지
① 유동성·중도인출 / 해지 구조
- 연금저축은 언제든지 깨서 돈을 찾을 수 있다. 물론 그때까지 받았던 세액공제(13.2% or 16.5%)를 도로 토해내고, 추가로 납입원금을 제외한 수익에 대한 기타소득세(16.5%) 도 내야 해서 페널티가 크긴 하지만 “급하면 깰 수 있다” 는 게 중요하다.
- IRP는 이야기가 다르다. 전세자금, 주택구입, 중대한 질병·의료비, 파산·도산 등 법에서 정한 특별한 사유가 아니면 중도인출이 거의 불가능하다. 해지라는 개념 자체가 사실상 막혀 있다고 보면 된다.
그래서 IRP는 그냥 “(최소) 55세까지 묶어두는 강제 저축 통장” 이라고 이해하는 게 가장 편하다.
② 투자상품 제약 – ETF 100% 가능한가?
- 연금저축
- ETF 100%도 가능하고
- 해외 ETF 투자도 자유로운 편이다. 규제상 막히는 상품이 거의 없어서 사실상 일반 주식계좌와 비슷한 수준으로 운용할 수 있다.
- IRP
- 주식·ETF 등 위험자산이 최대 70% 까지만 허용
- 나머지 최소 30%는 예금·채권 등 안전자산으로 채워야 한다.
- 선택 가능한 ETF 종류도 연금저축보다 훨씬 적다.
공격적인 투자 성향이라면 IRP는 꽤 답답하게 느껴질 수밖에 없는 구조다.
③ 정상 인출 조건 – 언제부터 연금으로 찾을 수 있는지
연금처럼 “정상적인 방식” 으로 인출하려면 조건이 조금 다르다.
- 연금저축: 두 조건을 동시에 충족해야 연금소득세 3.3~5.5% 구간으로 인출 가능하다.
- 가입 후 5년 이상 경과
- 만 55세 이상
- IRP
- 만 55세 이상
- 일정 기간에 걸쳐 분할 수령. 가입기간 5년 요건은 따로 없다.
④ 규제 목적 – 왜 이렇게까지 다르게 만들었는지
한줄로 정리하면,
- 연금저축은 “개인의 추가 노후자금 마련을 장려하는 계좌”
- IRP는 “퇴직금을 함부로 쓰지 못하게 보호하는 계좌”
그래서 IRP 쪽이 훨씬 엄격하고, 연금저축은 내 자산에 가까운 느낌으로 운용할 수 있다.
4. 세액공제율 13.2% vs 16.5%, 기준은 딱 하나

세액공제율은 복잡하지 않다.
“종합소득금액 4,500만원” 이 기준이다.
- 4,500만원 이하 → 세액공제율 16.5%
- 4,500만원 초과 → 세액공제율 13.2%
예를 들어 두 계좌 합쳐 900만원을 납입하면
- 16.5% 구간이면 148.5만원(= 900 × 0.165)
- 13.2% 구간이면 118.8만원(= 900 × 0.132)
을 돌려받는다.
참고로 과세표준 4,000만원은 대략 연봉 6천만원 전후에 해당한다.
그래서 20·30대 직장인 상당수는 실제로는 13.2% 구간에 해당된다고 보면 된다.
5. 왜 세액공제 한도가 700 → 900으로 늘어났는지?
2023년 세법 개정 (24년 1월부터 적용) 에서 가장 큰 변화 중 하나가 이거다.
개정 전에는
- 연금저축 400
- IRP 300
합쳐서 700만원까지만 세액공제가 됐다.
개정 후에는
- 연금저축 한도 400 → 600으로 상향
- 연금저축+IRP 통합 한도도 700 → 900으로 확대
즉, 연금저축에 넣을 수 있는 금액이 200 늘었고, 이에 따라 전체 세액공제 한도 역시 200만원 늘었다.

정부의 의도는 분명하다.
국민연금만으로는 노후가 버티기 어려운 구조가 되었고, 사적연금을 키워야 미래 재정 부담을 낮출 수 있다.
특히 중산층·MZ세대의 노후자산을 빠르게 늘리려는 정책적 신호도 포함돼 있다.
6. 회사가 DB인지, DC인지에 따라 IRP 전략이 달라진다
IRP를 꼭 해야하는지 잘 모르겠다면, 먼저 회사 퇴직연금 구조(DB/DC) 를 확인해야 한다.
DB형(확정급여형)
- 회사가 퇴직금을 대신 운용해주는 구조
- 퇴직 시 급여의 일정 배수를 약속하는 방식
- 대부분 전통적인 대기업이 여기에 해당
이 경우 회사가 운용하는 퇴직연금은 내가 추가로 불입하는 연금저축·IRP 세액공제 한도와는 별개다.
그래서 IRP는 ‘선택사항’에 가깝다. 꼭 해야 하는 건 아니다.
DC형(확정기여형)
- 회사가 매년 일정 금액을 계좌에 넣어주고
- 그 이후 운용은 전적으로 개인 몫인 구조
이 경우엔 IRP나 DC 계좌에서 내가 직접 투자 판단을 해야 하고, 추가 납입도 이 계좌를 통해 하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DC형이면 IRP의 존재감이 훨씬 커진다.

7. 실제로 얼마를 어디에 넣는 게 맞냐?
이제 가장 현실적인 질문으로 넘어가자.
“그러면 연금저축/IRP에 실제로 얼마를 넣는 게 최적일까?"
① 연금저축 600만원은 거의 ‘기본값’에 가깝다
이유를 하나씩 보면,
- ETF 100% 투자 가능
- 필요하면 중도해지로 유동성 확보 가능
- 상품 제약이 거의 없고
- 세액공제 600 × 13.2% = 79.2만원(최소) 환급
- 16.5% 구간이면 99만원 환급
구조적으로 봤을 때 대부분의 사람에게 연금저축 600은 “안 하는 게 손해인 선택” 에 가깝다.
② IRP 0 ~ 300만원은 '선택 구간'
IRP 추가 납입 300만원에 대한 세액공제는
- 13.2% 구간 → 39만6천원
- 16.5% 구간 → 49만5천원
정도의 환급을 의미한다.
문제는 이 300만원이 55세까지 사실상 묶인다는 점이다.
세액공제 40~50만원을 받는 대신 유동성을 포기하는 셈이다.
그래서 IRP는 무조건 300을 채워야 하는 계좌가 아니라, 본인 상황에 따라 0~300 사이에서 조절하는 영역이라고 생각한다.
(DC형은 회사가 퇴직연금 운용을 책임지지 않기 때문에, 노후자산을 키우려면 본인이 IRP를 통해 추가 납입·운용을 해야 한다.
그래서 IRP의 중요성이 훨씬 커진다.)
8.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부 투자자들이 연금계좌 대신 일반 계좌를 선호하는 이유(?)
이런 얘기가 나오는 데는 몇 가지 이유가 있다.
- 돈이 묶이는 게 너무 답답하다. 특히 IRP는 락업이 너무 길다.
- 세액공제 100만원 정도는 주식 수익 몇 번 잘 내면 끝 아니냐 라는 생각.
- 연금계좌의 상품 제약이 싫다. IRP의 위험자산 70% 제한이 대표적이다.
- 장기투자에 대한 확신이 없고, 중간에 돈 쓸 일이 많을 것 같다고 느낀다.
그래서 자산가들 중 일부는 “세제혜택에 혹하지 말고, 그냥 현금 유동성을 지키자” 는 주장을 하기도 한다.
하지만 세액공제 구조 자체는 매우 강력하다.
일반적인 직장인·투자자 입장에서는 조금이라도 꾸준히 투자할 생각이 있다면 연금계좌를 활용하는 쪽이 장기적으로 유리한 경우가 훨씬 많다.
9. 최종 요약: 900만원이 ‘정답’ 은 아니다
모든 내용을 한 줄씩만 정리하면 이렇게 될 것 같다.
- 연금저축 600만원:
거의 모든 사람에게 기본값에 가까운 선택. 유동성·투자자유도·세액공제 측면에서 구조적으로 유리하다. - IRP 300만원:
세액공제 40~50만원 vs. 장기 락업이라는 교환조건.
본인의 현금 흐름, 투자 성향, 회사 연금(DB/DC) 구조를 보고 0~300 사이에서 결정하는 영역이다.
즉, 연금저축 600을 먼저 채워놓고, IRP는 '필요한 사람만 필요한 만큼' 채우는 전략이 현실적으로 가장 합리적이라고 생각한다.
900만원이 무조건 정답은 아니다.
하지만 연금저축 600만 원은 장기투자와 절세 측면에서 구조적으로 유리한 제도다.
선택 여부는 개인 상황에 달려 있지만, 활용하지 않을 경우 놓치게 되는 장점이 분명히 존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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