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시장에서 핫한 섹터 두 개만 꼽으라면, 단연코 반도체랑 방산이다.
반도체는 말할 것도 없다. 특히 국내는 연초부터 굉장히 빠르게 달렸다. 너무 오른 건지 아닌지는 아무도 모른다. 다만 확실한 건, 연초부터 급등한 건 맞다는 점이다.
주변 얘기를 들어보면 오히려 다들 삼성전자, 하이닉스를 담고 있다는 얘기가 많이 들린다. 모두가 20만 전자, 100만 하이닉스를 외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머릿속에 질문 하나가 남는다.
반도체 다음 수급은 어디로 갈까?
조선도 처음엔 당연히 봤다. 근데 조선은 이상하게, 업황이 좋아도 마음이 좀 식는 구석이 있다. 결국 캐파 산업이라서 그렇다. 지금 수주가 늘어나도, 그게 매출로 인식되고 이익으로 찍히는 타이밍은 생각보다 많이 뒤로 밀린다. 분위기가 아무리 좋아도 “27~28년까지는 도크가 찼다”는 말이 너무 자연스럽게 나온다. 그러다 보니 투자자 입장에서는 업사이드가 산업의 기울기보다, 인도 타이밍과 생산능력에 더 크게 좌우되는 느낌이 강하다.
그래서 결론적으로 내 눈에 들어온 게 방산이다.
방산도 사실 작년 상반기에 이미 한 번 크게 달린 적은 있다. 근데 오히려 그래서 더 흥미로웠다. 뜨겁게 달린 뒤에 하반기 내내 꽤 길게 쉬었고, 최근 들어 다시 이 섹터가 기본값으로 한 단계 올라가는 느낌이 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딱 그 타이밍에, 트럼프가 아주 정직하게(?) 기름을 붓기 시작했다.
1) 트럼프식 세계관: “서반구는 미국 땅"
여기서 말하고 싶은 건 트럼프가 말을 세게 한다는 사실 자체가 아니다. 그건 이미 충분히 알려져 있고, 이제는 사실 놀랍지도 않다.
더 중요한 건, 트럼프식 세계관이 단순한 발언을 넘어 정부의 공식 메시지로 반복되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이런 메시지가 쌓이면 정책 방향이 정해지고, 그 정책은 결국 예산으로 연결된다.
베네수엘라 마두로 작전이 지나가자마자 1월 9일 쿠바 이야기가 이어지고, 같은 날 멕시코 마약 카르텔에 대한 군사적 대응 가능성이 언급된다. 그린란드 역시 협상의 대상이라기보다 힘의 문제로 다뤄지는 경우가 많아졌다. 이란 공중타격 시나리오도 사전적인 이야기가 아니라, 지속적으로 검토되는 선택지처럼 반복해서 등장한다.


더 인상적인 건 이런 뉴스가 이제 시장에 큰 충격으로 작동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예전 같으면 공포가 먼저 반응했을 상황인데, 최근에는 비교적 담담하게 받아들여진다. 긴장이 특정 사건이 아니라, 기본적인 전제처럼 깔려 있는 분위기다. 이런 환경에서는 방산이 단기 테마가 아니라, 포트폴리오의 기본 영역으로 인식되기 시작한다.

2) 이 흐름을 현실로 만들기 위해 필요한 것: 국방비와 ‘꿈의 군대 (Dream Military)’

트럼프가 국방비 50% 증액을 언급했다는 사실 자체가 그대로 실현될 거라고 보지는 않는다. 다만 숫자보다 중요한 건 방향이다.
지금 미국은 국방을 기존 체계를 유지하는 비용으로만 보지 않고, 미래형 군사 체계로 전환하는 하나의 프로젝트로 접근하고 있다. 그 과정에서 반복적으로 등장하는 키워드는 세 가지다.
골든돔, 황금 함대, 드론이다.
골든돔은 단순한 미사일 방어망이 아니다. 미사일 방어라는 명분 아래 우주, 센서, 통신, 요격 체계까지 한 번에 묶는 구조다.

황금함대(해군) 역시 단순한 전력 유지가 아니라 함대 개념으로 다시 확장되고 있다. 드론은 이제 전술 장비를 넘어 전장을 재설계하는 핵심 요소로 올라왔다.

드론을 특정 드론 업체의 투자 아이디어로만 보는 건 본질에서 벗어난다. 드론이 전장에 본격적으로 투입되면 기존 플랫폼, 즉 전차·함정·항공기의 운용 방식 자체가 달라진다. 그렇게 되면 국방 예산은 단일 무기가 아니라 미사일, 전술 체계, 정찰, 통신까지 함께 움직일 수밖에 없다.

최근 국방부 인사들이 기존 방산 메이저 기업뿐 아니라 로켓랩 같은 우주, 발사체, 저궤도 위성 관련 현장을 직접 찾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저궤도를 지배하는 쪽이 전장을 지배한다는 논리는 이제 상징이 아니라 예산 편성의 논리가 됐다.

이 지점까지 오면 자연스럽게 다음 단계로 이어진다. 미국이 이 정도로 움직이면 방산 수요는 미국에서 끝나지 않는다.
3) 방산 수요는 미국을 넘어 확산된다
미국은 이미 군사비 지출에서 압도적인 1위다. 그런데 1위가 더 속도를 내기 시작하면, 다른 나라들도 가만히 있을 수 없다.
국방은 본질적으로 상대적인 게임이다. 그래서 방산을 볼 때 나는 미국 자체보다, 그 다음에 이어질 파장을 더 크게 본다. 동맹국과 경쟁국, 그리고 기존에 군비 증강에 적극적이지 않았던 국가들까지 포함해서다.
그동안 수요의 중심은 동유럽이었다. NATO 동부 전선의 불안정성이 조달로 이어졌고, 폴란드를 중심으로 대형 계약이 나오면서 한국 업체들의 존재감도 커졌다. 그런데 최근에는 흐름이 확실히 확장되고 있다. 동유럽에 국한되지 않고, 중동과 스칸디나비아로 결이 넘어가는 모습이 보인다.
특히 중동은 교체 사이클이 크다. 이건 단기적인 분쟁 뉴스가 아니라, 장비 수명의 문제다. 노후 장비 교체는 한 번 시작되면 수년 단위의 예산으로 이어진다. 이 시점부터 방산은 단발성 이벤트가 아니라 사이클로 인식되기 시작한다. 그래서 방산이 반도체보다 더 상태값에 가깝게 느껴지는 순간이 있다. 변동성은 존재하지만, 수요 자체가 쉽게 꺼지기 어려운 구조로 가고 있기 때문이다.

4) 방산: 한국 업체가 경쟁력을 갖는 이유
왜 한국이냐를 단순히 기술력으로만 설명하면 부족하다. 물론 성능도 중요하지만, 최근 조달 시장에서 더 중요해진 건 구매국 입장에서의 현실적인 조건이다. 많은 국가들이 최고 성능보다도 빠른 납기를 우선순위로 두기 시작했다. 그 다음이 가격이고, 마지막으로 현지 생산과 기술이전이 사실상 기본 조건처럼 따라붙는다.
이 세 가지를 동시에 만족시키는 공급자는 많지 않다.
유럽 업체들은 가격과 납기에서 부담이 크고, 미국은 정치적 조건이 많이 붙는다.
반면, 한국 업체들은 이 세 요소를 하나의 패키지로 설계하는 데 익숙하다. 지금 한국 방산의 경쟁력은 이 구조에 있다고 본다.

이 흐름에서 한국을 대표하는 방산 기업은 결국 두 곳으로 압축된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와 현대로템이다.
5) 한화에어로스페이스와 현대로템: 같은 테마, 다른 성격
두 기업은 같은 방산 섹터에 속해 있지만, 성격은 확연히 다르다.
그래서 어느 쪽이 더 낫냐는 질문보다는, 어떤 스타일의 방산 투자에 가깝냐를 묻는 게 더 정확하다.
한화에어로는 사업 구조가 다변화돼 있고, 수출국도 분산돼 있으며, 무기 체계 역시 폭이 넓다. 여기에 한화오션이라는 옵션이 얹혀 있다.
반면 현대로템은 구조가 단순하다.
K2 전차라는 플랫폼이 중심이고, 계약이 성사될 때의 임팩트는 훨씬 크다. 대신 계약이 가시화되기 전까지는 조용한 구간이 길어질 수 있다. 이 단순함은 단점이자 동시에 주가 모멘텀의 속도를 만들어내는 요소다.
5-1) 한화에어로: 복합 자산의 누적되는 성장세
한화에어로를 볼 때 핵심은 특정 무기 하나가 아니다.
이미 지상 무기에서 미사일과 전술 체계로 확장돼 있고, 수출국이 분산돼 있다. 특정 국가나 프로젝트에 문제가 생겨도 회사 전체가 흔들릴 구조는 아니다. 방산이 정치와 예산의 영역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이 분산 구조는 그 자체로 강점이다.
한화오션을 지분으로 보유하고 있다는 점은 해석이 갈릴 수 있다. 다만 구조적으로 보면 오션이 개선될 경우 에어로에 옵션이 붙고, 반대로 오션이 흔들리면 심리적인 부담 요인이 될 수 있다. 한화에어로는 순수 방산주라기보다는 방산에 조선·해양 옵션이 결합된 복합 자산에 가깝다.

그래서 이 회사는 단기적인 한 방보다는, 수주와 생산, 인도가 누적되면서 실적으로 증명되는 타입이다. 수출국이 10개를 넘어서면 투자자 시선도 개별 뉴스보다 실적의 경로에 더 집중하게 된다. 이 점이 한화에어로의 가장 큰 강점이라고 본다.

(유럽향 지상방산 포트폴리오 또한 작년부터 K9 자주포의 단일 품목에서 천무(다연장 로켓)으로 성공적으로 이원화 하고 있다.)
5-2) 현대로템: 단순한 구조가 만드는 큰 변동성
현대로템의 구조는 명확하다. 중심에는 K2 전차가 있다.

플랫폼 계약은 계약 규모가 크고, 성사되는 순간 주가 반응 속도가 빠르다. 그래서 로템은 진행 중인 기업이라기보다, 투자자 관점에서는 가시화 여부에 따라 평가가 크게 달라지는 구조다.
다만 전쟁 양상이 변하고 있다는 점은 고려할 필요가 있다. 드론, 미사일, 무인 체계가 전장을 재편하면서 전차 수요에 대한 기대치는 과거보다 조정될 수 있다.
그렇다고 전차의 필요성이 사라진다는 의미는 아니다. 다만 초기 기대처럼 무한히 늘어나는 수요로만 보기는 어려워졌다는 정도다.
그럼에도 로템의 매력이 사라졌다고 보진 않는다. 한번 맺는 플랫폼 계약이 조 단위인 만큼, 대형 플랫폼 계약이 현실화될 경우 리레이팅 폭은 여전히 크다고 생각한다.

여기에 HR-셰르파 같은 무인지상차량은 당장 실적을 만드는 요소라기보다, 지상전이 무인화될 경우 완전히 배제되지 않는다는 미래 옵션으로 볼 수 있겠다.

6) 밸류에이션: 올랐지만 사이클이 끝났다고 보긴 어렵다
방산주가 많이 오른 것 아니냐는 질문은 자연스럽다. 실제로 올랐다.
다만 여기서 중요한 건 가격 자체보다, 어떤 구간의 수요를 반영하고 있느냐다.
지금 방산 수요는 단발성 이벤트가 아니라 교체와 재편이라는 구조로 이동하고 있다. 동유럽에서 시작된 흐름이 중동과 북유럽으로 확장되고, 현지 생산과 기술이전이 사실상 기본 조건이 되면 한 번의 이벤트로 끝나기 어렵다. 이건 이미 몇 년짜리 예산 사이클로 넘어가는 구간이다.
미국의 Northrop Grumman 이나 RTX 같은 기업들은 이미 상당한 프리미엄을 받고 있지만, 실제로 주가는 계속 우상향하고 있다. 다만 이 기업들은 기술력, 시스템 통합 능력, 우주·미사일 분야에서의 지배력을 이유로 원래부터 높은 멀티플이 정당화되는 구조다. 즉, 많이 오른 건 맞지만 그만큼의 프리미엄을 받을 만한 이유도 분명하다.
미국 방산이 계속 우상향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한국 방산과의 밸류에이션 격차는 쉽게 줄어들지 않고 있다. 같은 방산 사이클 안에 있지만, 미국은 이미 프리미엄 구간에서 움직이고 있고, 한국은 아직 할인(?) 구간에 머물러 있다. 이건 한국 방산의 경쟁력이 부족해서라기보다, 글로벌 투자자 기준에서 아직 재평가가 덜 진행됐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개인적으로 요새 방산이 반도체보다 더 안정적으로 느껴지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여기서 말하는 안정성은 변동성이 작다는 의미가 아니다. 계약부터 생산, 인도, 후속 지원까지 이어지는 시간이 길고, 사이클이 한 번 열리면 쉽게 닫히지 않는 구조라는 뜻이다. 특히 지금은 수요는 빠르게 늘어나고 있는데, 공급과 납기는 제한적인 구간이다. 이런 환경에서는 이미 프리미엄을 받는 자산뿐 아니라, 아직 같은 사이클에서 재평가가 덜 된 자산이 더 긴 시간 동안 따라갈 여지가 생긴다고 생각한다.
7) 결론
한화에어로와 현대로템을 같은 기준으로 놓고 비교하는 건 그다지 의미가 크지 않다. 두 회사는 같은 방산 테마 안에 있지만, 애초에 움직이는 방식이 다르다.
한화에어로는 우주항공과 함정, 지상 전투 체계를 함께 묶어 놓은 구조다. 수요가 분산돼 있고, 사업의 방향도 여러 갈래로 열려 있다. 반대로 현대로템은 구조가 단순하다. 대형 플랫폼 계약이 가시화되는 순간, 그 임팩트가 그대로 숫자와 주가에 반영되는 타입이다.
그래서 이 둘을 놓고 우열을 가리기보다는, 지금의 방산 국면이 어떤 성격의 흐름인지가 더 중요해 보인다. 미국을 중심으로 한 군사 재편, 글로벌 교체 수요의 확산, 그리고 예산이 몇 년 단위로 묶이는 구조까지 감안하면, 방산은 단기 테마라기보다 한동안 유지될 환경에 가깝다.
이런 환경에서는 하나의 정답을 고르기보다, 서로 다른 방식으로 같은 흐름에 노출돼 있는 기업들을 함께 바라보는 게 자연스럽다. 한화에어로는 구조적으로 쌓여가는 쪽이고, 현대로템은 특정 순간에 결과가 드러나는 쪽이다. 방향은 같지만, 속도와 형태가 다를 뿐이다.
현 시점에서는 두 회사를 우열로 나누기보다, 같은 방산 사이클을 서로 다른 방식으로 반영하는 구조로 이해하는 편이 더 자연스럽다고 생각된다.
(Disclaimer: 본 글은 투자 권유 목적이 아니며, 작성자의 개인적인 의견을 기반으로 작성되었습니다. 투자로 인한 손실에 대한 책임은 전적으로 투자자 본인에게 있음을 알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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