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진짜 스테이블코인 실수요가 보인다
이젠 '디지털 달러' 라는 말이 마냥 추상적인 수사가 아니다.
실제로 결제와 송금에 스테이블코인을 쓰는 사례가 늘고 있다. 예를 들면, 홍콩의 가상자산 결제 기업 리닷페이는 USDT 충전 비자카드를 발급해, 한국 내 가맹점에서 외국인이 쓸 수 있도록 했다. 결제할 때는 가맹점은 원화로 받고, 소비자는 USDT로 결제한다.
또 최근, 전용 ATM기를 통해 외국인이 USDT를 원화로 출금할 수 있는 구조도 생겼다.

물론, 완벽하진 않다고 생각한다. 결제나 출금 시 블록체인 네트워크 수수료(가스비) 때문에 약 1~2% 정도의 수수료가 붙는다고 한다. 혼잡도에 따라 수수료가 바뀌기도 하지만, 기존의 국제 송금이나 환전 수수료와 비교하면 오히려 저렴하다고 느끼는 경우도 많다.
USDT(테더)나 USDC 같은 스테이블코인은 이제 실생활에 실제로 쓰이기 시작했고, 수요는 계속 늘고 있다. 그런데도 정작 국내에서는 스테이블코인 발행에 신중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왜일까?
스테이블코인은 왜 달러 패권을 지키는 '무기'가 되었는지
10년간 2.8조 달러 적자를 추가 시키는 감세안(OBBB, 크고 아름다운 법안)을 트럼프가 7월 4일 서명하면서 미국 부채 한도를 5조 달러 증가시키는 법안이 통과 됐다. (하루만에 약 520조원의 부채가 대폭 증액되었다고 한다.)

달러는 전통적으로 '글로벌 기축통화'였다. 원유 결제, 글로벌 무역, 각국 중앙은행의 외화 보유액까지, 모든게 달러 중심으로 돌아갔다. 이게 바로 '달러 패권'의 핵심이다.
그래서 미국은 적자재정에도 불구, 이런 글로벌 수요 기반 국채를 꾸준히 찍어낼 수 있었다. 2024년 기준 미국은 7조 달러 지출에 5조 달러 세수, 즉 연간 2조 달러의 적자를 기록하고 있는데, 여기에만 국채가 필요한 게 아니라 이자비용만 해도 1조 달러가 넘는다. 결국 매년 3조 달러 이상의 국채를 찍어내야하는 구조다.
그런데 중국, 일본 같은 전통적인 미국 국채 매입국들이 매입을 줄이면서, 미국도 긴장하기 시작했다. 부채규모가 지속적으로 늘으니, 달러를 위험자산으로 인식하는 국가들이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미국이 선택한 전략적 해법이 바로 '스테이블코인'이다. (스테이블코인 활성화를 믿고 부채를 대폭 증액한 건가..)

디지털 달러의 실체, 스테이블코인
서클이 발행하는 USDC는 달러 기반 디지털 토큰이다.
(서클의 사업개요는 지난 포스팅 참고:
2025.06.09 - [[투자Note] 주식 리서치] - Circle Internet Group (CRCL) - 이자 장사하는 코인 회사, 서클의 진짜 밸류는? )
USDT나 USDC를 발행할 때는 그만큼의 달러나 국채를 준비해야 한다. 이말은 즉, 미국 입장에서는 스테이블코인을 발행하는 순간 '외국인에게 달러를 팔 수 있는 자판기'를 만든 셈이다. 수요가 늘수록 스테이블코인을 더 많이 발행해야 하고, 그 말은 즉, 미국 국채에 대한 수요가 디지털 자산이라는 우회로를 통해 유지된다는 뜻이다. 즉, 스테이블코인을 전세계 국민들이 사용하게 되면, 미국은 중앙은행 대신 대중에게 국채를 팔 수 있는 길을 열게 되는 셈이다.
게다가 스테이블코인을 사용하면 실시간 송금, 저렴한 수수료, 실시간 정산 같은 금융 혁신이 따라온다. 결제 효율성은 올라가고, 글로벌 커머스 플랫폼 입장에서도 매우 유리하다. 쇼피파이, 아마존, 월마트 같은 대기업들이 스테이블코인 결제 및 발행을 준비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넘어가기 전에 다시 한번 짚고 넘어가자면, 스테이블코인의 발행은 실시간 송금과 정산 같은 금융 효율성 기반, 실질적 수요에 의해 뒷받침되며, 이러한 수요가 미국 국채에 대한 지속적인 수요로 연결되는 구조다.

그럼 한국은 왜 못하는데?
핵심 키워드는 '통화 주권'이다.
스테이블코인이 제도화되면, 원화를 실시간으로 달러로 바꾸는 일이 너무 쉬워진다. 그럼 한국 내에서도 달러가 유통되기 시작하고, 한국은행의 통화량 조절 기능은 크게 약화된다.
게다가 발행 주체가 핀테크 기업일 경우, 사실상 '화폐 발행권'을 민간에게 넘기는 꼴이다. 정부는 혁신과 속도를 강조하고 싶겠지만, 한은 입장에선 이건 가볍게 넘길 수 없는 주권 문제다.
또 다른 리스크는 '코인런'이다. 은행이 파산하면 뱅크런이 터지는 것처럼, 디지털 자산도 한 번 불안감이 퍼지면 대규모 인출이 발생할 수 있다. 문제는 이게 24시간 실시간으로 글로벌하게 벌어지니 속도도 크기도 기존 금융 위기보다 훨씬 더 클 수 있다. 한은이 두려워하는 건 IMF 시즌2 일지도 모른다.

하나 더, 원화는 '국제통화'가 아니다
여기서 구조적인 제약도 있다. 한국 원화는 국내에서만 유통되도록 설계된 '지역 통화' 다. 외환관리법상, 해외에서 원화를 자유롭게 유통시키는 건 불가능하다. 한국이 원화 기반 스테이블코인을 발행하면, 이는 곧 '원화의 국제화'를 의미하게 된다.
하지만 한국은 경제 규모가 작다. 외국인들이 원화를 대량 보유하거나 공격하면, 외환위기를 맞을 수 있다. 1997년의 트라우마가 여전히 남아있기 때문에, 정부나 한은 입장에서는 원화 스테이블코인 발행에 더더욱 보수적일 수 밖에 없을 것이다.
그럼 한국은 스테이블코인을 하지 않는 것이 맞는가
결론부터 말하자면, 장기적으로는 해야한다. 수출국인 한국은 K-컬처, K-뷰티, K-푸드 같은 문화적 영향력이 글로벌에서 통할 때, 결제수단으로 원화 스테이블코인을 쓸 수 있다면 이것 또한 엄청난 기회다.
예로, 전세계 OTT 유저가 원화 스테이블코인으로 결제하면, 그건 사실상 전세계가 한국 국채를 사는 구조와 유사하다.
현재의 문제는 리스크다.
- 외환관리 체계 붕괴 가능성 (해외에서 원화가 자유롭게 유통되면, 외환 정책 무력화 가능성)
- 민간 주체(핀테크)의 통화 기능 대행
- 디지털 결제 시스템의 보안 등 (해킹, 시스템 오류 등으로 인한 금융사고 발생 가능성)
(기술과 금융이 결합하는 이 영역에서는, 내가 생각치도 못한 리스크도 매우 많을 것이다.)
위와 같은 이유들로, 당장은 한국 정부가 조심스러운 입장을 유지할 수 밖에 없을 것이다.

결론: 비트코인과 USDC
한국은 지금 같은 0% 성장률 상황에서, 한국이 통화 가치를 방어하는 것은 갈수록 어려워질 것이다. 원화가 국제적으로 통용되기 어려운 상황에서 한국은 통화 가치를 지키기 위한 새로운 전략이 필요하다. 그 중 하나는 비트코인을 국가 자산으로 일부 보유하는 것이다.
물론, 비트코인을 산다고 원화 환율이 바로 안정되거나 통화 가치가 직접 지켜지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글로벌 통화 질서가 디지털로 전환되는 흐름 속에서, 이는 충분히 전략적 자산이 될 수 있다. (금과 같이, 국가 신뢰의 수단으로 원화가 혹여나 급락하는 상황에서 심리적 방어막이 될 수 있다고 판단, aka downside protection)
- 비트코인은 금처럼 누구의 부채도 아닌 '순수 자산'이며, 정치적 리스크나 통화 제재에서 자유로움
- 전세계에서 통요되며, 극단적인 위기 시 통화 주권을 보완 가능
아래 그래프처럼, 비트코인은 글로벌 유동성 흐름에 따라 가격이 움직이는 디지털 자산이다.

전세계적으로 돈이 풀릴 때마다, 일정 시차를 두고 가격이 상승하는 패턴이 반복되고 있다. 이는 단순한 투기 자산을 넘어, 글로벌 '준통화 자산'으로 기능하기 시작했다는 의미다.
한편, 미국은 USDC를 통해 디지털 달러 패권을 강화하는 중이다. 테더(USDT)가 여전히 중국계 의혹을 받고 있는 상황에서, 미국이 규제 가능한 USDC를 전면 내세우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마치며
예전엔 스테이블코인 수혜주로 네이버페이나 카카오페이 같은 플랫폼 기업을 떠올렸다.
하지만 이제는 더 복잡하게 생각하게 된다.
한국은 단순히 제도를 만드는 걸 넘어, 외환·통화·금융 시스템 전반을 함께 고려해야 하는 위치다.
그래서 Circle 과 Coinbase 의 행보가 더 궁금해진다. 스테이블코인은 그 자체로 통화 주권, 글로벌 금융패권과 관련된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미국에서 암호화폐 법안 집중 처리 예정 기간이 7월 14일부터 18일까지라는데, 관련 법안들이 실제로 어떤 시장을 만들어낼지는 끝까지 팔로업 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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