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인베이스(Coinbase)는 왜 CB를 발행했을까?
2025년 2분기 코인베이스의 실적은 전반적으로 부진했다.
총매출은 15억 달러로, 전분기 대비 약 26% 감소했고, 거래 수익도 39%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가상자산 거래량은 전분기 대비 30% 이상 감소한 2,370억 달러로 집계되었는데, 플랫폼의 활동성이라던가 시장 신뢰가 위축된 상황을 반영한다고 볼 수 있다. (반면 로빈후드는..? 매출 및 EPS 모두 시장 기대치를 웃도는 수준을 기록했다고 한다..)
이러한 맥락에서, 8월 5일 코인베이스는 약 20억 달러(한화 약 2조 8천억원) 가량 규모의 전환사채(CB)를 사모 방식으로 발행한다고 발표했다.
발행 소식 직후 주가는 하루만에 약 6.3% 하락했다. (8월 1일 실적 발표 이후 약 17% 하락했는데, 여기서 추가 하락이라니..)
실적 부진과 희석 가능성이라는 이중 부담이 주가에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CB 구조는 어떻게 되어 있는지
코인베이스는 이번에 두 회차로 나눠 총 20억 달러 규모의 전환사채를 발행한다고 발표했다.
각각 2029년 10월 1일, 2032년 10월 1일 만기이며, 각 10억 달러 규모로 구성되어 있다.
(또한 초기 구매자에겐 회차당 1.5억 달러까지 추가 매수옵션(greenshoe)이 부여되어, 총 발행규모는 이보다 커질 수 있다.)
전환가액은 발행 시점에 고정되었으며, 2029년 만기분은 $454.44 (전환 프리미엄 약 52.5%), 2032년 만기분은 $394.84 (전환 프리미엄 약 32.5%)로 설정되었다.
두 회차 모두 쿠폰의 이자율은 0%로 설정되었다. 즉, 채권 보유 기간 동안 이자를 받지 못하며, 전환 또는 만기 상환을 통해서만 수익을 낼 수 있는 구조다.
(Coinbase 공시: https://investor.coinbase.com/news/news-details/2025/Coinbase-Announces-Pricing-of-Upsized-Offering-of-2-6-Billion-of-Convertible-Senior-Notes/default.aspx)
CB 투자자 입장에서는 어떻게 해석되는지
이번 CB는 아래와 같은 특징을 가진다:
- 이자 수익 없음: 쿠폰 0%로 인해 보유 기간 동안 수익이 없다.
- 전환 프리미엄 높음: 수익 실현을 위해서는 높은 주가 상승이 필요하다.
- 하방 리스크 낮음: 주가가 오르지 않으면 전환하지 않고 원금 상환을 받는다.
결국 이 구조는, 성장이 실현되면 전환해 수익을 얻고, 그렇지 않으면 본전이라는 투자자 입장에서는 비교적 보수적인 선택지라고 볼 수 있다. 채권의 안전성과 주식의 성장성을 절충했다고 볼 수 있겠다.
코인베이스 입장에서는 이 CB는 어떤 전략일지
이자 부담 없이 대규모 자금을 확보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이번 CB 구조는 코인베이스 입장에서는 매우 효율적인 선택이라고 생각된다. 또한 전환이 이루어지려면 주가가 크게 상승해야 하므로, 단기적인 희석 우려도 상대적으로 낮다.
아울러, 코인베이스는 상환콜(capped call) 옵션을 동시에 체결했다.
이는 일정 가격 이상 주가가 상승했을 때 주식 전환으로 인한 희석을 회사가 콜옵션을 통해 상쇄하는 구조로, 기존 주주에게도 우호적인 메세지를 전달하려는 의도로 파악이 된다. 다만 capped call 옵션의 행사 상한 가격이 공개되지 않았다는 점에서, 희석의 상한선은 알 수 없다는 리스크는 있는 것으로 보인다.

나는 이 구조가 회사 입장에서 '매우 영리한 자본조달' 이라고 생각된다.
- 비교적 고금리 시대에서 이자 비용 없이 자금조달 가능
- 전환 프리미엄이 높아 단기 희석 발생 가능성 낮음
- capped call 옵션으로 희석 범위를 사전 통제
또한 전환 조건 자체가 공격적으로 설정되어 있다는 점은, 회사가 스스로의 주가 상승에 대한 신뢰와 메세지를 시장에 전달하는 효과도 있다고 파악된다. 회사 자체적으로 지금보다 30~50% 이상 더 오를 수 있다는 시그널이 CB 구조에 담겨져 있는 셈이다.
그럼 왜 한국에서는 이런 구조가 거의 없는건지
한국 자본시장에서 발행되는 CB는 구조 자체가 매우 다르다.
대부분 1~3% 수준의 쿠폰이 붙고, 전환가액은 시가 대비 10~20% 할인된 조건으로 발행된다.
게다가 리픽싱 조항이 흔히 포함되어 있어, 주가가 일정 기준 이하로 하락하면 전환가액이 자동으로 하향 조정된다.
또한, 한국에서는 코인베이스처럼 전환사채에 capped call 같은 파생계약을 붙이는 구조가 활용된 적을 본적이 없다. (있으면 알려주세요)
Capped call은 대부분 공정가치 측정 대상이어서, 기말마다 시가 평가 후 평가손익이 P/L에 반영되어야 한다. 회계상 시가 평가로 인해 실적 변동성이 생길 수 있고, 파생계약 공시나 신고 의무 등도 부담으로 작용하는 편이다.
하지만 내가 생각했을때 가장 큰 이유는 이런 구조를 실제로 설계하고 실행해본 경험이 국내 자본시장에는 거의 없다는 점에 있다.
복잡하고 생소한 구조보다는, 시장이 익숙하고 관리가 쉬운 단순 할인형 CB 구조가 선호되는 분위기 같다.
한국은 왜 CB를 항상 할인해서 발행하는 건지
크게 두 가지 이유가 있다고 본다.
첫째는, CB를 매입하는 투자자 성향의 차이다.
한국에서는 대부분의 CB 투자자가 헤지펀드나, 운용사, 구조화 펀드 등 단기 수익을 추구하는 플레이어들이다.
이들은 이자, 할인 전환, 리픽싱, 조기상환 옵션 등 모든 조건을 통해 리스크 없이 수익을 확보하려는 구조를 요구한다.
둘째는, 시장 신뢰도와 IR 환경의 차이라고 본다.
특히, 코스닥 기업들 중에서는 발행 이후 IR을 거의 하지 않거나, 재무 상태가 불안정한 경우도 많기 때문에, 투자자 입장에서는 할인과 리픽싱이 없으면 투자 자체를 꺼리는 분위기가 형성되어 있다. (+ 몇몇 기업들의 횡령 사건이 떠오르지만, 따로 언급은 않겠다.)
미국의 CB 투자자들은 뭐가 다른건지
미국 CB 투자자들은 한국 투자자들보다 훨씬 성장성 중심의 관점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보여진다.
전환 프리미엄이 30~50% 수준인 조건을 받아들이며, 리픽싱 없이도 전환 가능성에 베팅하는 구조를 감수한다.
전환이 되지 않으면 원금만 상환받는 구조를 이해하고 수용하며, 상한콜 옵션 역시 일반적인 구조로 받아들인다.
시장 전반적으로 이러한 구조에 대한 이해도와 신뢰가 높다는 점이 다르다.
그럼 한국에서 이런 구조를 도입하려면 뭐가 바뀌어야 할지
한국에서도 이와 같은 capped call 이 포함된 전환사채 구조를 도입하려면, 시장과 제도 전반에 몇 가지 변화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무엇보다 먼저, 전환사채를 단기 차익 수단이 아닌 '성장에 대한 베팅' 으로 받아들이는 투자 문화가 자리 잡혀야 한다.
지금처럼 할인 전환과 리픽싱이 보장된 구조만 선호하는 환경에서는, 고프리미엄·無리픽싱 CB 구조는 수요 자체가 제한적일 수 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또한, 제도 측면에서도 현실적인 정비가 필요하긴 하다.
Capped call 처럼 파생계약이 붙는 경우, 지금은 대부분 파생상품으로 분리되어 공정가치 평가를 받고, 손익에 변동성을 유발할 수 있다. 이게 반드시 회계적으로 불리하다고 보긴 어렵지만, 기업이 이를 부담스러워하지 않도록 명확한 회계 기준과 사례가 축적될 필요가 있다고 판단된다.
결국 핵심은 제도보다는 시장 참여자들의 익숙함과 실무 역량이다.
이런 구조를 설계하고, 회계·공시·IR까지 통합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역량이 시장 안에 축적되기 전까지는 capped call은 여전히 낯선 구조로 남을 가능성이 높다.
마치며
코인베이스의 CB 발행 사례는 단순히 주가가 빠졌다는 점보다, 이런 구조를 아무렇지 않게 쓰는 시장과 그렇지 못한 시장의 차이가 더 크게 느껴졌다.
자금 조달 하나에도 기업이 선택할 수 있는 폭이 얼마나 다른지, 그리고 그걸 가능하게 만드는 시장의 제도와 관행이 결국 기업의 전략을 결정 짓는다라는 걸 다시 생각하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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